수동(4)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선언하기
나는 나 스스로에게, 특히 나의 감정상태에 메타인지가 잘 안되는 편인데 이를테면 분노나 슬픔, 불쾌감을 느낄 때에 가슴 속에서 찜찜콕콕한 느낌은 드는데 이게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무슨 연유로 이런 감정이 생기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함.
최근에 P가 나에게 기분상할만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 즈음에 계속 기분이 나쁘고 나쁜가? 나쁜지도 잘 모르겠고 (R이 나빠보인다고햇음 나는 이렇게 다른사람의 해석에 의존해야함 아오 ㅅㅂ) 걍 허미.. 흐미.. 한 상태고 건강한 어른은 어떻게 푸는지도 잘몰겟고 암튼 그래서 P한테 서운?했던 이야기를 하고 사과를 받았었다. P는 당연히 악의가 없었을테니 나에게 사과했고 그런데 사과를 들어도 딱히 기분이 풀어지지는 않았었다. 한 번 P때문에 상한 기분은 사과를 받는다고 바로 좋아지진 않는건가? 내가 P때문에 기분이 나쁘긴 한건가?
라는 내용으로 또 상담을 했는데 상담사가 나보고 나는 명백하게 나에게 슬프고 괴로운 경험을 말할 때에 그것이 ‘내게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선언’하여 감정을 죽인다고 했다. 이를테면 어쩌고 경험, 저쩌고 경험 등등 누가봐도 힘들어보이는 경험을 말할 때에 그건 괜찮다, 자긴 그런거에 별로 신경 안쓴다, 그럴 줄 알았다 등등 아주 가볍게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내게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고 선언’한다는 것 같다는 의미다. 마치 감정을 양탄자 밑에 숨겨두는 것처럼.
나는 자아가 분열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상처받지 않는 자아, 독립적인 자아를 만들어버린 걸까… 흥웃기는소리나는내강외강이라고 그 누구에게도 배신당한적도 사람에게 데인 적도 없어 원망할 사람도 없고
암튼 이게 계속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않고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을 그냥 묻어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때마다 흐음…이게머지?멀까나? 하는 정도의 ‘느낌’만 남고 그와 관련된 논리가 다 사라진다고 했다. 심지어 깔끔히 사라지면 오히려 몰라 묻어둔 감정은 취약해질때마다 고개를 들기도 한다.
이걸 해결하려면 감정에, 특히 부정적인 감정에 솔직해지고 특히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무언가 기분이 나쁠때 그 기분이 생긴 원인을 셜록홈즈마냥 잘~ 추리해서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이거 주지화가 아닌가 싶어서 의도적으로 피했는데 오히려 일케해야한다니~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