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am

지루하고 현학적임

요즘 줄곧 하고 있는 생각은 어떤 사람의 결점이 싫은 점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저번주에 C언니 이사를 도와주러 갔는데 방이 그토록 엉망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머 먼지쌓인거야 우리집도 그러니까 그럴수 있지 않나 싶은데 방에서 거미가 기어다니고 거미줄과 고양이털이 같이 얽혀서 한 층을 이루고 있었듬,,, 그 집에서 하룻밤 잤는데 침대는 뭔지 알 수 없는 알갱이들로 까끌거리고 방바닥에 도저히 앉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집을 다녀오고 나서 나는 좀 더 언니가 좋아지는 것이었다.

글쎄, 깨끗하면 10만큼 좋아졌을 일이 더러워서 5만큼 좋아졌던걸까? 아닐걸. 내 생각에 깨끗하면 그냥 별 생각 없었을 것 같다. 애초에 이사 도와준답시고 노동차출 된거기도 하고.

정확한 답은 모르겠지만 여러 후보가 있다. 첫째는 내가 그 집을 치우면서 효용감을 느낀 것이다. 누군가를 도우면서 내가 행복감을 느끼고, 언니에게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좋은 점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런 더러운, 결점으로 느껴지는 것을 기꺼이 공개한 언니가 내게 보여준 신뢰감이다. 누군가 신뢰를 줬을 때 흥미를 잃는게 아니라 똑같이 신뢰와 호감을 주는게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을 계속 좋아해줄거라고 믿은 언니가 사랑스러워지는 점이다.

마지막 셋째는 가장 비이성적인 것이다. 그냥 좋은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하는 것이다. 언니를.

나는 언니를 사랑한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꽤 많다. 우리 언니에게는 그것말고도 단점이 엄청 많다. 언니는 내가 사랑하는 다른 동생에 대한 험담을 공공연하게 한다. 이기적이고, 약속을 잘 안지키고 조금 예의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점마저 좋다.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좋다. 그걸 아는 사람이 나라서 좋다.

언니가 저번에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코코의(내 애칭이 코코다..) 그런 점도 좋다고. 나도 그렇다. 나도 언니의 그런 점도 좋다.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좋은게 아니라 바로 그런 점이 좋다.

그 순간 결점은 결점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자아의 어떤 요소가 되어버린다. 굉장히 멋진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