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연합우주 @[email protected]
잿불 속의 군단 4회차 관련 주저리
2024-12-23 03:19링크는 같이 들으면 좋을만한 브금. 마스터가 틀어주었던 브금 중 가장 인상이 깊었었다.
지난 수요일(2024.12.18)에는 몬스터 매뉴얼 2024판이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진행하는 잿불 속의 군단의 4회차 플레이를 마쳤다. 시작에는 평소 잿불을 시작할 때 거치는 절차들에 더해, 사서관으로서 군단사를 읊는 시간이 더해졌다.
사실, 지난 시간에 4명의 사망자가 채워졌을 때 군단사를 읊으면서 효과를 받는 구조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망자가 나온 탓에 미리 군단사를 준비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주의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읊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사서관이 군단사를 읊는다는 것은, 최소 4명의 군단병이 사망했다는 뜻이다.
사서관은 플레이가 끝나고 나서, 숙영지 풍경을 결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트에 사망한 군단병들의 이름을 적으며 군단에게 적용될 효과를 고른다.
만약 사망한 군단병이 이름이 없던 군단병이었다면 그들의 이름이 지어질 때에는 죽을 때가 되는 것이다.
플레이하지 않아 죽은 군단병들의 이름을 지어줄 때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나같이 과몰입 하는 사람은 그들의 이름을 지어주며 어떤 사람이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다 울적해지니까(.)
하여간 사서관으로서 이야기할 첫 군단사는 군단의 창설에 관한 이야기다.
첫 사령관, 첫 군단병, 첫 사서관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군단은 어떤 거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하며, 군단의 뿌리를 되새기게 된다.
사실 이걸 부담없이 적어놓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서 읊는 군단사는 전혀 스포일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잿불 속의 군단을 유독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특정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대표적으로 지역별 특수룰이라던가 특별임무 등)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무엇을 이야기하던 스포일러가 될 수 없으니까.
사서관은 군단사를 통해 군단이 있는 세계, 그리고 군단 그 자체에 살을 붙이게 된다.
세계관 구축이라는 마스터가 할법한 역할을 맡는 것이 사서관이다.
물론 잿불 속의 군단의 세계가 아무것도 없는 세계는 아니다. 나름의 정해진 역사도 있고, 군단에 대한 설정이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는대로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어느정도의 설정을 기반으로 쌓아가는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사서관의 역할이다.
그래서 창백한 인상에다가 '저주받은 민족'이라고 불리며,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에서 멀어질수록 죽어가는 민족 출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군단을 떠나지 않은 다르인 사서관 라하자르 사드야는, 우리의 군단은 이렇게 시작되었노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창백한 피부, 그리고 창백한 머리칼. 한 쪽 눈은 한때, 여느 저격병들이 그러하듯 연금물로 만든 외눈을 달고 있지만 지금은 짓물러터져 이제는 정말로 외눈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애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을 한, 군단 내에서 가장 이질적인 인물인 새하얀 사서관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군단병들의 앞에 선다.
사서관은 몇 번, 잔기침을 하다 물을 머금고 마셨다. 곧,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군단이 제7대 황제, 탄타루스에 의하여 어떻게 세워졌는지, 427년 전 첫 군단사에 기록된 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구제국의 7대 황제인 탄타루스 황제는 자신의 깃발을 내세우며 초자연적이고,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것들과 싸우기 위한 정예부대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던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탄타루스 황제는 군단을 누구던 원하는 자라면 들어올 수 있다며, 그 시절의 측근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신분, 출신 국가, 출신 민족에 구애받지 않은 채로 자원 입대를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군단의 명부에 처음으로 오른 자는 마르티코 레온이라는 오르인이었습니다. 그는 이듬해 잿빛 계곡 작전에서 전사하였습니다.
탄타루스 황제의 즉위로서, 제국의 황위는 핏줄로서 세습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시민들의 지지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리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있을 겁니다. 그는 탄타루스 황제가 황제가 아닌 팔라스 탄타루스라는 사람이었을 적, 민중의 영웅이었던 시절에 그의 친우였던 자로 그를 시작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네, 탄타루스를 지지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군단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어, ... 이어서, 그렇게 모인 군단병들 사이에서 첫번째 사령관이 누구인지 정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황제, 아니. 탄타루스는 자발적으로 나선 지원자들을 한 데 모아 물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모인 하나하나의 목숨을 통솔할 수 있는가? 나 스스로는, 황제인 나 스스로는 그대들의 사령관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니, 그대들의 상의와 결정 하에 마땅히 나서도록.'
그 말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수많은 상의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상의 끝에, 따가운 햇빛에 피부가 그슬린 칼리카 데와-아라니라는 이름의 바르타인이 나서서 선언했습니다.
가장 잔혹한 전장을 뛰어다녔던 자신이 사령관이 되어, 이제 자신의 새로운 가족이 된 당신들의 전장의 끝이, 죽음은 아니게 되도록 이끌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녀는 4년동안 군단의 명예로운 첫 사령관이었으며, 사령관의 업무를 여럿 장교들에게 나누는 지금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깨어진 깃발 작전에서 전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서관이라는 자리는, 본디 첫 사령관이 닦아놓은 기반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단사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상 첫 사서관인 인물이 있었기에 군단의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우리 모두는 그를 첫 사서관으로서 기리고 있습니다.
탄타루스 황제가 황제가 아니게 되었을 때, 황제라는 자리를 적법한 자에게 넘겨주고 다시 팔라스 탄타루스라는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군단에 자신이 지금까지 기록해놓은 군단의 모든 기록들을 전달하며, 황제가 아닌 지금의 자신이라도 군단에 자리가 있겠냐는 물음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당시 두번째 사령관은 그의 물음에 당신을 위한 자리를 만들 수 있겠다며, 그가 기록한 군단의 이야기들과 함께 그를 첫번째 사서관으로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군단이 만들어진 것은 초자연적이고,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적하기 위함이었으며 우리는 후에 제국이 멸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오로지 그것을 위해 싸워왔습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난 뒤에는 우리는 용병단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는...
(피를 토하는 것 같은 기침을 몇번 하고) 인류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러니 여러분은, 잿불왕에 대적하는 여러분들은. 부디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군단이 다시 돌아올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막상 말했던 것을 다시 들어보니, 중간중간 끊겼던 부분도.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았고.
무엇보다 와 이거 일종의 프로파간다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시 들어보니(...) 실제로 듣고있던 다른 군필자 플레이어가 정훈시간의 기억이 난다고 말도 했었고, 어떻게 보면 군단사를 읊어 특수한 이점을 받는 것 또한 일종의 그게 아니라고... 말을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조금 버벅이는 면도 있었어서 다음 군단사는 아예 처음부터 대본을 완벽하게 써서 읊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부디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군단의 유일한 의무병이 첫 '이름이 지어져 있던 군단병' 사망자가 되어 돌아왔다. 정확히는 사망자 취급이었는데, 트라우마칸이 두 칸이 차버리면서, 영혼이 육신과 분리되었다는 마스터의 묘사와 함께... 그저 숨만 쉴 수 있는 텅 빈 육체로서 돌아왔다.
... 이게, 어떻게 보면 사망 플래그를 사서관의 이름으로 쌓아올린 것이 될 수도 있는 게 참 마음이 아팠다.
플레이하지 않아 죽은 군단병들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가 어렵다고는 했지만, 그것보다도 괴로운 건 누군가가 플레이하여 이름과 성격, 출신, 다른 군단병들과의 '관계'가 미리 쌓여있던 캐릭터가 리타이어를 할 때다.
심지어 이 의무병... "잔소리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의무병은, 이번 임무에 같이 나섰던 중보병인 "돌머리" 제이크, 그리고 저격병인 핀과는 같은 마을 출신인 소꿉친구 3인조로, 군단병으로서 활동하기가 힘든 도리스를 친구인 제이크가 들쳐업고 울면서 숙영지로 달려왔다는 묘사는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부임무에서도 군단병 둘이 죽어, 4명이었던 사망자 목록에 3명의 이름이 적히게 되었다. 다음은 구제국이 멸망한 후, 구단은 스스로의 신념과 일치하는 과업에 참여하는 용병단이 되었다는, 군단의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
항상 수요일이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군단을 플레이했을 때보다 나 개인적으로도 즐겁게 하고 있어서 꼭... 이번에는 잿불 속의 군단이라는 이야기의 끝을 보고싶다.
powered by typo bluetotal 124
total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