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을 언제나 품고 있다.

학기가 무사히 끝났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눌러놨던 마음들을 꺼내어 소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터져오르는 건 눈물이네.

역시나 이번 학기도 엉망으로 보낸 것 같다. 그 기록은 매 반기 깨지는 것 같다.

정신을 지금 이 순간으로 계속 가져오는 일에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 괜찮았으나 괜찮지 않았다.

잘해보려고 미리 시작한 것들이 많았으나 마무리가 엉망이었다. 이래서는 미리 준비한 노력이 부질없어졌다. 잘하는 게 뭘까.

마지막 과제를 넘기고, 후련함도 잠시. 하루를 온전히 드뷔시의 달빛과 함께했다. 그렇게 약 이틀을 우아한 유령과 달빛, 다른 악기의 소리들과 지냈다.

시덥잖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의욕이 생길 때마다 패디스티커를 하나씩 붙였다.

그러다 갑자기 7시즈음, 무언가 힘이 나서 방안을 가득 메우는 소리들을 다 없애고 자리에 앉아 노트를 가져오고, 비요뜨를 와그작 먹으며 모니터를 멀뚱히 쳐다보다 노트북을 켰다.

맞아. 나는 알고 있다. 데탑을 켜면 안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제와 그제는 생각이 나지 않던 이 플랫폼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났다.

부질없는 인생, 어디로 흘러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