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schlusspanik

너를 인간으로 대할게... 그이외의것(연애상대, 경쟁자, 성별, 연줄, 호구, 메시아, 보호자, 저능아, 아기, 애완동물, 엄마, 아빠 등등) 으로 보지 않을개...

2025-07-21 흥미(1)

2025-07-21 13:49

흥미…, 여러 단어로 치환될 수 있지만, 이 일기에서는 흥미라고 칭함이 옳겠다. 어제 R과 새벽에 한 이야기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은 모두 '흥미'에 취약하다. 무슨 말이냐면, 흥미가 없으면 관계든 일이든 취미든 지속하기 어렵다는거지. 24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모두 흥미로운 일을 하고싶어하지 무료한 것에 관심을 주기 어렵다. 단적으로 말해서, 거의 모든 이별은 흥미의 부재로 일어난다. (상황이별이라는것도 존재하긴 하지만은, 아니 뭐 전쟁통에도 애는 태어나는데)

어쨌거나 흥미가 떨어진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 흥미가 떨어졌을 때마다 다른 흥미대상을 찾아 역마살있는 나방처럼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삶.. 즉, 애초에 흥미 위주의 삶을 긍정하는 삶이라면 모르겠지만, 보편적인 사람들은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서라면 자신과 상대의 흥미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일이 필요한데, 보통 아무리 흥미로운 사람이라도 그 기간이 2년을 넘기가 힘들다. 연예인처럼 흥미의 별 밑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도 그쯤되면 그 사람의 논문을 완성할 시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흥미가 아닌 다른 흥미를 자극해야하는데..

이를테면 신뢰관계에서 유발되는 흥미가 있지. 누구나 오래 사랑했고 본인이 그 사람에 의해 증명받으며 내가 그 사람을 증명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것은 흥미가 된다. 아무튼 그 사람 자체에서 오는 흥미의 유효기간이 끝났을때 여러 다른 대체흥미가 있는데 보통 안정적 관계라 함은 이 대체흥미로 오래오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뭐 별로 대단한 내용도 아니고 남들 다 경험적으로 아는 내용을 추상화한 것,… 혹은 추상화하려고 노력한 내용에 불과한데.

사실 아래 내용이 진짜 쓰고싶었던 내용임.

어쨌거나 사람의 흥미라는건 곧 사라지기 마련이고 흥미를 잃어도 (=주도권이 넘어가도) 관계를 계속할 수 있는지 즉 흥미에 덜 '취약한'지, 더 '취약한'지 는 결국 그 사람의 특성 영역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덜 취약한 사람에게는 기꺼이 주도권을 내어주어도 되고, 사실 그런걸 보통 안정적인 연애라 칭한다. 나는 연애상담을 진짜진짜 많이했는데.. (나의 레전드 한녀친구들아 고맙다) 거기서 쌓은 빅데이터에 근거하자면, '흥미에 취약한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존감이 몹시 낮고 자아가 희미하며 그 스스로 대단히 흥미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계가 금세 착취적이거나 피착취적으로 변함. 주도권 싸움이라는게 간단한 것이다. 상대가 흥미에 취약한 사람인지 취약하지 않은 사람인지 파악하는게 중요함.

이제 J언니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주도권을 기꺼이 내어줘도 되는 사람을 만났다면, 나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관계의 종착점은 흥미를 잃어버리는 지점에서 오므로.

보통 이건 연애관계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흥미라는 요소가 있으므로. 사람, 일, 취미, 가족, 관계, 게임, 하다못해 맛있는 음식까지. 그런 관점에서는, 흥미에 취약한 사람은 좀 측은한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너무 선해했나?)